인더스 문명의 소멸과 그 원인

인더스 문명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정교한 도시문명 중 하나였다.
하라파(Harappa), 모헨조다로(Mohenjo-Daro), 돌라비라(Dholavira)와 같은 도시들은
격자형 도로, 위생적인 하수도 시스템, 표준화된 벽돌과 무게 단위를 갖춘
놀라운 도시 설계를 자랑했다.

하지만 기원전 약 1900년경, 이 문명은 갑작스럽게 쇠퇴하기 시작했다.
수세기 동안 번성하던 도시들은 인구가 줄고, 점차 유적이 되었다.
왕조의 멸망이나 전쟁의 흔적도 없었기에, 그 소멸의 원인은 지금까지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눈에 띄지 않게 무너진 문명

정렬된 도로, 공공 우물, 창고, 주거지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사람은 없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이 문명은 끝나버렸다.

인더스 도시들은 흔히 보는 전쟁, 화재, 침략의 흔적이 없다.
오히려 질서 있게 버려졌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다.

1. 기후 변화와 강의 이동

가장 유력한 원인 중 하나는 기후 변화다.
인더스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발달한 문명이었고, 특히 *사라스바티 강(Sarasvati River)*는
문명의 핵심 수자원이었다.

하지만 기원전 2000년경, 이 강이 말라버리면서
강 유역에 의존하던 도시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또한, 인더스 강의 흐름 변화도 도시 기반시설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고, 물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도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2. 토양 황폐화와 환경 파괴

인구가 증가하고 농업이 확장되면서 지속적인 토지 사용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토양의 염분 증가, 수질 오염, 삼림 벌채가 가속화되었고,
장기적으로는 환경 파괴로 이어졌다.

도시를 유지하던 기반 자체가 점차 무너졌고,
이는 자연스러운 이주와 도시 포기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3. 경제 네트워크의 붕괴

인더스 문명은 장거리 무역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 교역로 단절, 또는 주변 문명의 쇠퇴로 인해
경제 활동이 축소되면서 도시 유지가 더욱 어려워졌다.

공공 창고와 무역 중심지였던 도시들이
더 이상 상업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은 보다 자급 가능한 소규모 마을로 이주한 것으로 보인다.

4. 외부 민족의 이동?

일부 학자들은 인더스 문명의 쇠퇴 시기와
인도-유럽계 아리아인의 이주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이 직접적인 침략자는 아니었더라도,
사회 구조에 혼란을 주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면적인 정복의 흔적은 없기에
외부 요인은 보조적인 요소였을 가능성이 높다.

사라졌지만, 완전히 잊히지 않은 문명

인더스 문명은 전쟁 없이, 왕조의 몰락 없이, 고요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이 남긴 도시 구조, 공공 시스템, 문자는
오늘날에도 고고학자와 역사학자에게 끝나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도시는 사라졌지만, 그 정신은 살아 있다.
우리가 그 도시의 흔적을 되살려 읽는 순간,
인더스 문명은 다시 살아 숨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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