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 보/HISTORY

수메르인의 하루 – 세계 최초의 도시

by 디카다 2025. 5. 24.
반응형

 

아침 해가 유프라테스 강 위로 떠오른다.

나는 우르(UR)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수메르인이다.

이곳은 지금으로부터 약 4,0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긴 도시 문명 중 하나다.

나의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해가 뜨기 전, 이른 새벽부터 도시 전체가 깨어난다.

 

도시 한복판에는 거대한 지구라트가 우뚝 서 있다.

신을 모시는 신전이자 도시의 중심이다.

그 아래에는 시장이 열리고, 관리들이 있는 행정 건물이 있다.

수메르의 도시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다.

그것은 신과 인간, 권력과 노동, 거래와 제사의 중심이었다.

 우리가 먹는 빵은 대개 보리와 밀로 만들며, 길쭉한 납작한 형태다.

도시 외곽의 농부들이 가져온 곡물은 창고에 저장되고, 일부는 성직자와 왕에게 바쳐진다.

 

거래는 물물교환으로 이뤄진다.

오늘은 도공에게 항아리 하나를 주고, 대신 내 빵을 담을 그릇을 받기로 했다.

사람들은 종종 곡물, 맥주, 기름, 직물 등을 교환하며 살아간다.

그중 곡물은 일종의 기준 단위로 여겨진다.

이 도시의 경제는 신전이 중심이 되어 돌아간다.

신전은 땅을 소유하고, 농사를 지을 사람을 관리하며, 물자 흐름을 조절한다.

 

상인들이 동쪽에서 가져온 보석과 금속을 팔고, 멀리 페르시아만에서 온 바다 물품도 만날 수 있다.

물자만이 오가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언어, 사람, 사상이 함께 섞여 있는 이 도시는 살아 숨 쉬는 유기체 같다.

우르는 단지 도시가 아니라, 문명의 실험장이기도 하다.

해가 저물면 사람들은 신전에 향을 피우고 기도를 드린다.

우리 모두는 신의 질서 안에서 산다고 믿는다.

수메르 문자는 점토판 위에 쐐기 모양으로 새기는 쐐기문자다.

이 문자를 통해 우리는 곡물의 수량을 기록하고, 계약을 남기고, 역사와 신화를 보존한다.

 

도시는 깜깜해진다. 촛불이 켜지고,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다.

오늘도 작은 빵과 맥주, 말린 대추와 약간의 치즈가 식탁을 채운다.

도시의 하루는 조용히 마무리된다.

 

수메르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이곳은 세계 최초로 도시가 형성된 곳이다.

도시 안에서 사람들은 역할을 분담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 복잡한 시스템은 도시라는 공간을 넘어 ‘문명’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냈다.

세계 최초의 도시 우르에서, 나는 그 문명의 한 사람으로 하루를 살아간다.

반응형